
강아지 공격성, 정말 ‘품종’이 결정할까?
“그 개는 원래 사나운 종이잖아요.”
이런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특히 대형견이나 특정 견종 얘기가 나오면 꼭 따라붙는 말이다. 근데 실제 연구들을 찾아보면, 이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결론부터: 공격성은 품종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전이냐 환경이냐, 이분법부터 버려야 한다
행동학에서 보는 공격성의 기본 구조는 단순하다.
공격성 = 유전(품종) + 환경(경험, 훈련, 보호자, 사회화)
문제는 “그래서 둘 중에 뭐가 더 큰 영향을 주느냐”인데,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환경 쪽이 더 크다는 결과가 나온다.
수치로 보면 대략 유전 30%, 환경 70% 정도의 구조다. 같은 견종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행동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실제로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건 뭔가
핀란드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가 있다. 결과가 꽤 직관적이다.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 두려움 (압도적으로 가장 큰 영향)
- 나이
- 사회적 환경
- 훈련 수준
- 품종 (맨 아래쪽)
개가 무서워서 무는 거지, 품종이 사나워서 무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훈련을 어떻게 받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가 품종보다 훨씬 큰 변수로 작용한다.
환경을 바꾸면 행동도 바뀐다
이건 이론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산책 빈도, 사회적 접촉, 다양한 자극 등을 늘렸을 때 공격성 행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된다.
뒤집어 말하면, 자극이 부족하고 고립된 환경에 있는 개는 품종에 상관없이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품종으로 행동을 예측하는 건 무리다
행동학 쪽에서는 품종 기반 행동 예측에 대한 비판이 꽤 오래됐다. 특정 견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험하다고 분류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화된 접근이라는 거다.
국가 단위 연구들을 보면, 품종 특정 규제(BSL, Breed Specific Legislation)가 실제로 개 물림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과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유전의 역할은 뭔가
유전이 아무 영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견종마다 특정 행동 경향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건 연구로도 확인된다.
다만 유전은 가능성의 범위를 만들어주는 거지, 행동 자체를 찍어내는 게 아니다. 같은 유전자를 가졌어도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그 범위 안에서 전혀 다른 개가 된다.
정리
품종이 영향을 준다는 건 맞다. 근데 품종이 공격성을 결정한다는 건 틀렸다.
실제로 개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사회화 경험, 훈련 방식, 보호자의 대응, 운동량, 스트레스 수준, 트라우마 유무 같은 것들이다. 이게 복합적으로 쌓여서 행동이 만들어진다.
어떤 견종을 키우느냐보다, 어떻게 키우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