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게 며칠 전이다. 그것도 단순한 글쓰기용이 아니라, 글도 쓰고 작은 도구도 올리고, 광고도 좀 붙여보는 사이트로. 그런데 나는 코딩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HTML이 뭔지, 호스팅이 뭔지, 도메인이 뭔지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어떻게 다른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막막했다. 유튜브에서 “블로그 자동 포스팅”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워드프레스 같은 단어들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이 글은 그 며칠 동안 내가 헤맨 흔적을 정리한 것이다. 같은 단계에서 막혀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시간 절약이 됐으면 좋겠다.
1. 어디에 블로그를 만들 것인가 — 플랫폼 선택의 함정
처음 떠오른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티스토리, 네이버, 워드프레스.
각각 알아볼수록 장단점이 명확해졌다.
티스토리는 무료고 한국에서 익숙한 플랫폼이다. 그런데 결정적 문제가 있다. 첫째, 공식 자동 포스팅 API가 없다. 자동화하려면 브라우저 자동화나 유료 솔루션을 써야 하는데, 코딩 무경험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둘째, 티스토리는 자체적으로 AI 양산 글을 단속한다. AI 글을 마구잡이로 올리면 계정 등급이 떨어지고 하루 발행 수 제한까지 걸린다. 셋째, 카카오 정책에 종속된다. 셋째 이유가 가장 컸다.
네이버 블로그는 공식 API가 있긴 하지만, 자동화 툴이 거의 없고 OAuth 인증 셋업이 까다롭다. 무엇보다 네이버 블로그는 구조상 외부 광고(애드센스)가 어렵다.
워드프레스는 처음에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직접 서버에 설치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지고, PHP 어쩌고 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요즘은 매니지드 호스팅이라는 게 있어서, 호스팅 회사가 워드프레스를 클릭 한 번에 자동 설치해준다. 자동 발행 API도 공식 지원한다. 수익 천장도 가장 높다.
결론은 워드프레스였다.

2.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워드프레스는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그걸 인터넷에 띄우려면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 도메인: 사이트 주소 (예: blog.com)
- 호스팅: 워드프레스가 24시간 돌아갈 서버
이 둘이 있어야 비로소 사이트가 인터넷에 존재한다.
내가 고른 건 카페24 매니지드 워드프레스였다. 한국어 고객센터, 국내 결제, 클릭 한 번 자동 설치. 코딩 무경험자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시피 했다.
여기서 의외였던 점. 가격이 정말 싸다. 카페24 매니지드 워드프레스 스타트업 요금제가 월 500원이다. 1년 약정하면 추가 할인. 도메인 합쳐도 연 2만원 안팎이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처음에 누군가 나에게 “워드프레스로 블로그 하면 월 3만 원은 들 거야”라고 말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였다. 시작 비용은 커피 4잔 수준이다. 회수 못 할 수준의 부담이 아니다.
3. 카페24의 함정 —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하는가
가입하려고 들어가니 워드프레스 호스팅이 세 종류였다.
- 뉴매니지드 워드프레스 (월 450원~)
- 애드센스 워드프레스 (월 1,980원~)
- 워드프레스 VPS (월 33,000원~)
처음엔 “애드센스가 목표니까 애드센스 워드프레스를 골라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함정이었다.
애드센스 워드프레스는 카페24가 자체 제공하는 AI 부가 기능(트렌드 자동 포스팅, SEO 분석, 승인 검수 등)이 포함된 상품이다. 그런데:
- 이 기능들은 월 사용 횟수 제한이 있다.
- AI 자동 글 생성은 이미 다른 AI 도구로 더 잘할 수 있다.
- Site Kit, Rank Math 같은 무료 플러그인이 SEO 분석을 무료·무제한으로 제공한다.
- 결국 같은 기능을 비싸게 쓰는 셈이다.
VPS는 본격적으로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용이다. 시작 단계엔 명백히 과하다.
결국 뉴매니지드 워드프레스 스타트업을 골랐다. 12개월 약정으로 10% 할인.

4. 도메인 이름은 의외로 빨리 정해야 한다
도메인을 정할 때 셋 중 하나로 헷갈렸다.
- .com
- .kr
- .co.kr
찾아본 결과는 명확했다. 한국 사이트라도 .com이 가장 무난하다. 인지도, 확장성, 가격 모두 .com이 우위다. .kr·.co.kr은 한국 검색엔진에 미세하게 유리한 정도지만, 콘텐츠 품질에 비하면 무시할 수준이다.
도메인 이름은 짧고 외우기 쉽게. 하이픈·숫자는 피하고, 한글 도메인은 SEO와 해외 호환성에 불리하니 영문으로. 한 번 결정하면 바꾸기 매우 어렵다. 사이트 전체 이전 작업이 따로 필요하다.
5. SSL, 플러그인, 그리고 끝없는 클릭
가입하고 결제하면 1시간 안에 워드프레스가 자동 설치된다는 안내가 온다.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다.
관리자 페이지 주소(내 도메인.com/wp-admin)으로 들어가면 워드프레스 대시보드가 펼쳐진다. 마치 위키백과 편집 화면 같다. 처음엔 어디부터 만져야 할지 막막하다.
해야 할 첫 작업들:
- SSL 발급 신청: 무료. 카페24 호스팅 관리에서 신청하면 1시간 내 자동 발급. 자물쇠 표시 뜨면 성공. 애드센스 승인 필수 조건이다.
- 플러그인 정리: 카페24가 자동 설치한 플러그인이 15개 정도 들어 있다. 그중 진짜 필요한 건 5~7개 정도다. 너무 많이 켜두면 사이트가 느려진다.
- 테마 결정: 디자인을 책임지는 핵심 요소. 나는 Kadence로 갔다. 무료 버전 기능이 풍부하고 시작 템플릿도 무료로 많다. 다른 후보였던 GeneratePress는 무료 버전 기능이 좀 제한적이다.

6. 진짜 어려웠던 부분 — 푸터와 메뉴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간 잡아먹는 구간이다.
테마를 적용하면 샘플 콘텐츠가 같이 들어온다. “Pleasure in the job puts perfection in the work” 같은 영문 명언, 가짜 메뉴(App, About, Terms 등), 아무도 운영하지 않는 SNS 아이콘들. 이걸 본인 내용으로 하나하나 교체해야 한다.
특히 푸터는 골치 아팠다. Kadence는 푸터 빌더가 있어서 시각적으로 편집하는데, 모바일 브라우저에서는 위젯 삭제 버튼이 잘 안 눌린다. 한참 모바일로 헤맸는데, 결국 PC로 접속해서 해결했다. 이건 처음부터 PC로 시작하는 게 답이다. 모바일은 글 쓰기 정도엔 괜찮지만 디자인 편집엔 부적합하다.
푸터에 들어가야 할 최소 항목:
- 저작권 한 줄
- 푸터 메뉴 (개인정보처리방침, 이용약관, 연락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머지 샘플 위젯은 다 비활성화.

7. 메뉴 구조 잡기 — 단순하게
상단 메뉴는 4~5개가 적당하다. 그 이상 넘어가면 모바일에서 답답해진다.
내 구조는 이렇게 갔다.
- HOME: 메인 페이지
- ABOUT: 자기소개와 연락처
- BLOG: 글 작성용. 카테고리(도전기·건축·잡생각)로 구분
- TOOLS: 만든 도구들 모음
여기서 팁 하나. 워드프레스에서는 메뉴에 표시되는 라벨과 실제 페이지 제목을 분리할 수 있다. 메뉴는 영문(BLOG, TOOLS)으로 두고 페이지 제목은 한글(블로그, 도구)로 두는 게 깔끔하다.
8. 필수 페이지 4개
애드센스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다음 페이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소개: 이 사이트가 뭔지, 운영자가 누구인지
- 연락처: Contact Form 7 같은 폼 플러그인 사용
- 개인정보처리방침: 워드프레스 기본 기능으로 자동 생성 (설정-> 개인정보)
- 이용약관: 직접 작성하거나 자동 생성 도구 사용
이 4개 페이지는 발행만 해두면 일단 OK. 내용은 후에 채워도 된다. 메뉴와 푸터에 링크로 걸어두는 게 핵심이다.

9. 글쓰기 시작 — 이게 진짜 본 게임
여기까지 셋업이 끝나면 체력의 99%는 이미 소진돼 있다. 그런데 진짜 가치는 이제부터다.
블로그 글의 가치는 디자인이 아니라 콘텐츠다. 푸터 미세조정에 시간 쓰지 말고 글 한 편을 더 쓰는 게 사이트 가치를 올린다. 이걸 일찍 깨달은 사람이 사이트를 빨리 키운다.
(인터넷에서 찾은) 글 작성의 기본 원칙이라고 한다.
- 글 하나에 1,500자 이상 (애드센스 승인을 노린다면)
- 개인 경험·실제 사례 포함 (“내가 직접 해보니” 같은 표현이 SEO와 신뢰도 모두에 효과적)
- 한 주제에 집중 (여러 주제 잡담식보다 하나의 문제에 깊게 들어가는 글이 강하다)
- 글 15~20개 쌓이면 애드센스 신청
10. 정리 — 코딩 무경험자가 며칠 안에 도달한 지점
여기까지 며칠 걸렸다. 솔직히 짧지 않았다. 푸터 위젯 하나 지우는 데 30분 헤매기도 했고, 메뉴에 카테고리 추가하는 법을 한참 찾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헤맸던 대부분의 시간은 어떤 옵션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하는 데 쓴 것이지, 진짜 기술적 장벽 때문이 아니었다.
코딩 무경험자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띄우는 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결정 문제다. 무엇을 선택할지, 무엇을 무시할지 빨리 정하면 시간이 단축된다.
다음 도전기는 글쓰기 시작과 애드센스 승인 도전에 대한 기록이 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도 같은 방식으로 남겨둘 예정이다.

마무리
비슷한 단계에서 헤매고 있다면, 핵심은 이거다.
- 플랫폼은 워드프레스가 결국 가장 자유롭다.
- 호스팅은 카페24 뉴매니지드 스타트업이면 충분하다.
- 디자인은 일찍 손 떼고 글에 집중하라.
- 완벽보다 발행이 먼저다.
천천히 쌓아가는 게 결국 빠른 길이다.

